큐레이터의 단상

서울시립미술관 르누아르전 개최의 한계와 기대

아르뜨 2016. 11. 1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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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계

2009년에 했던 <르누아르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또 개최되네요. 관장이 2012년에 부임하면서 야심차게 더 이상 학예사들로 하여금 대관 서류만 만지게 하지 않겠다며 외부기획사 전시를 하지 않았었는데 역시 흥행이 안되다보니 현실과 타협한거라 봅니다.

아무래도 시립미술관이니만큼 감사 때 학술적인 의의 이런 것보다는 관람객 숫자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공무원 사회가 늘 그렇듯이 말입니다. 실제로 모네전, 르누아르전, 반 고흐전 등을 했을 때에 비해 관람객수가 현저하게 낮아지긴 했습니다.

의도는 좋았지만 전시관람 문화가 여전히 한 쪽으로만 쏠리는 풍토가 전반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이상 국공립미술관에서 여러가지 실험을 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2. 기대

다만 이번 전시가 기대되는 것 중에 하나는 르누아르 관련 심포지움이 열릴 예정인데 깊이 있는 발표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죠. 르누아르는 인상주의 시작의 기점이라 보는 1874년 전시회 때부터 동참하며 뜻을 함께 한 화가이지만, 점차 다른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즉 "르누아르 = 인상파 화가"로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점에 대해 저는 강의할 때 "르누아르는 인상파에 몸을 담고있다가 조직을 탈퇴한 인물"이라고 설명해왔죠. 이번 심포지움에서는 이렇게 르누아르라는 화가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논의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무작정 예산에 맞춰서 아무 작품이나 빌려와서 벽에 걸어놓고 끝내는 전시보다 이렇게 학술적으로 연계해서 깊이있는 관람이 가능한 전시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참고로 지금 하고 있는 <오르세미술관전>은 작품 선정도 좋지만 무엇보다 오르세미술관 학예사들이 직접 쓴 도록이 아주 좋더라구요. 대부분 그래왔듯이 수박 겉핧기식 뻔한 내용의 개설서같은 도록이 아니라 깊이있는 내용이니 전시보러 가시는 분은 대도록도 구입하시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겁니다.

이번 연말은 서양미술사 좋아하는 분들에겐 풍년이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