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3

서울시립미술관 르누아르전 개최의 한계와 기대

​​ 1. 한계 2009년에 했던 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또 개최되네요. 관장이 2012년에 부임하면서 야심차게 더 이상 학예사들로 하여금 대관 서류만 만지게 하지 않겠다며 외부기획사 전시를 하지 않았었는데 역시 흥행이 안되다보니 현실과 타협한거라 봅니다. 아무래도 시립미술관이니만큼 감사 때 학술적인 의의 이런 것보다는 관람객 숫자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공무원 사회가 늘 그렇듯이 말입니다. 실제로 모네전, 르누아르전, 반 고흐전 등을 했을 때에 비해 관람객수가 현저하게 낮아지긴 했습니다. 의도는 좋았지만 전시관람 문화가 여전히 한 쪽으로만 쏠리는 풍토가 전반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이상 국공립미술관에서 여러가지 실험을 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2. 기대 다만 이번 전시가 기대되는 것 중에 하나는 ..

천박한 시대를 살아가다.

길 가다가 내 뜻과 맞는 운동을 하고 있으면 꼭 서명을 한다. 그게 얼마나 효력이 있을까 의문이 들면서도 이런 일에 실용성과 효과를 따져선 안된다고 믿기에 그렇다. 모든 사안에 경제적 효과, 실용의 잣대를 가져다대는건 천박한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경제적 효과, 실용 마인드가 부족하다해도 인간, 사회 그리고 자연에는 그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돈에 매몰된 천박한 기준으로 절대 훼손해선 안될 무언가가 분명 있다고 믿는다(지금은 '무언가'로 밖에 표현할 수 없지만, 이 '무언가'를 명쾌한 개념으로 설명하기 위해 공부하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에게 '선진국'의 기준은 이걸 지켜내는 국가이냐, 아닌 국가이냐에 있다. 우리나라가 상식적이지 않은 한 명에게 휘둘릴 수 있는 수준 밖에 안되는 ..

대림미술관이 트렌디한 전시기법을 고수하는 몇 가지 이유

요즘 대림미술관의 전시기법이 각광받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일단 기존 미술관의 틀을 깬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아이디어가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과감하게 디자이너 출신들을 큐레이터로 영입해서 미술사, 미술이론을 전공한 사람들에 비해 창의적인 생각을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예전에 우연한 기회에 대림미술관 큐레이터로 언론에 나온 사람들의 논문을 찾아본 적이 있지만 학예사라면 응당 해왔을 학계에 발표한 논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는 학문 연구보다는 대중이 향유하고 싶어하는 트렌드 연구에 힘쓰고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골치아픈 미술사보다는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전시를 통해 펼쳐보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미술관이라면 응당..

노블리안(2016년 9월호) 전시 소개글 기고

오랜만에 잡지에 글을 기고했습니다. 이번 원고는 마침 제가 기획한 전시에 관한 것이어서 더 보람되고 좋더군요. 잡지 담당자가 지난 번보다 원고량을 늘려도 괜찮냐고 묻길래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거든요.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작품들 모두 공부하고 관련 설명을 써놓다보니 새삼 아는만큼 글이 잘 나온다는 얘기에 공감을 하던 차였습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해서도 안되겠지만) 더 많은 공부를 하겠지만 1단계를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이 글도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고, 또 전시보러 오시면 더욱 감사할 것 같습니다. 최대한 쉽게 쓰려고 했으니 편하게 읽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인간은 현재에 비추어 흘러간 과거에 대해 미화하고, 그리워하며 추억하는 경..

Article...철학과 자본은 자전거 두 바퀴 - 양복입은 큐레이터, 베니스 가다

​ 이대형 큐레이터, 이 분은 예술학을 전공하고 뉴욕에서 미술사 관련 전공으로 유학을 다녀왔으며, 계속 미술계에 몸담고 있다가 문화마케팅에 눈을 뜬 현대자동차의 아트디렉터가 된 분이죠. 그런데 기사 서두에는 학예사 자격증이 없는 '이단아'같은 존재라고 소개했네요. 누가봐도 이단아가 아닌 정통 코스워크를 밟은 분을 학예사 자격증이라는 유명무실한 프레임으로 본게 조금 아쉽습니다. 늘 얘기하듯 자격증 소지 유무가 중요한게 아니라 관련 전공에 대한 깊은 공부가 중요하거든요. 이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그럼에도 이 기사는 전반적으로 이대형 큐레이터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미술, 전시, 큐레이터에 관한 도움되는 깊은 생각을 보여줍니다. 크게 2가지로 요약해봤는데 기사 전문을 한번 꼼꼼하게 읽어보세요 :) 1. 학문 연..

대영박물관 말고 브리티쉬뮤지엄이라 부르는게 맞다.

​ 지난 주에 예술의전당에서 을 오픈했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대영제국 박물관'이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식민지배를 당한 경험이 있는 국가의 후예들이 자발적으로 제국주의를 공식 용어로 쓴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무엇보다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상관없다며 '대영박물관'을 전면에 내세운 기획사의 천박한 마인드에 화가 난다. 공식 명칭이 The Great Britain Museum 혹은 The British Empire Museum도 아닌데 왜 자발적으로 대영박물관으로 불러주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대영제국을 롤모델로 삼았던 일본제국주의가 심어놓은 식민지배의 잔재일 수도 있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게 자발적으로 '大', '帝國'을 붙여주는 것은 사대주의를 넘어 노예근성의 발로이다. 흔히 대..

비극에는 경중이 없다. 그럼에도.

1. 개인 이번에 벌어진 파리 테러. 충격이다. 불과 얼마 전에 그곳에 있었던 탓인지 그 충격이 와닿는달까. 근데 그렇다고 해서 프로필에 프랑스 국기를 덧입히며 파리에서 찍었던 감성적인 풍경 사진을 올리며 애도의 표출까지는 하지 못하겠다. 애도하는 마음을 꼭 그런 식으로 내보일 필요도 없고 말이다.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 여러 나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대해 우리가 언제 이렇게 애도를 해왔었냐는 자조 섞인 생각도 든다. 전세계를 슬픔에 잠기게 하고 시리아 난민 수용 문제를 진일보시킨 아일란의 죽음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큰 이슈가 되지는 못했다. 최소한 SNS상에서는 파리의 경우처럼 호들갑스러운 애도의 물결이 흐르지 않았다. 게다가 파리에 테러가 벌어졌던 그 다음 날 우리나라 수도 한복판에서는 공권력에 ..

'노블리안' 전시 소개글 기고

신라호텔 회원들을 위한 잡지 노블리안에 전시 소개글을 기고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고한 것은 아니고 박물관 큐레이터로서 현재 제가 몸 담고 있는 박물관 전시를 소개하는 글이지요. 이 일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다른 기관의 전시를 소개하는 글도 쓰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직업은 큐레이터이지만 이것은 직업일 뿐 저의 정체성은 미술사를 공부하고, 이를 글로 풀어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하고 경력이 쌓이다보면 자연스레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래는 잡지에 게재된 글의 원고입니다. 학술적인 글보다 대중성에 초점을 맞추어 말랑말랑(?)한 프롤로그 성격의 글을 요구받은만큼 최대한 낭만적으로 썼습니다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선과 면으로 이루어져있다. 따라서 선과..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하러 대학원까지 간다는 것은

어렵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들어가서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닌 후 논문에 올인할 때는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도서관에 박혀서 논문에 몰입했었죠. 학위 논문의 페이지수가 폰트 10.5에 양면 250페이지가 넘으니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어지간해서는 글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안생길 정도로 코스 워크의 달콤한 열매를 잘 먹고 있습니다(슬슬 내공의 한계를 느끼면서 역시 박사까지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지만요). 그리고 논문을 쓰면서 중간중간에 자료가 필요하면 남들은 끽해야 지방에 자료를 찾으러 가는 반면 저는 일본을 자주 왕래해야 했습니다. 외국의 미술사를 전공하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말이죠. 사올 자료가 너무 많아서 차를 렌트해서 1,000km를 달리며 박물관..

광고쟁이 이제석의 성공 방식

우리나라 광고가 외국 광고에 비해 센스없다는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참 고리타분하고 틀에서 못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동차 광고는 언제나 멋진 수트를 입은 남자가 경관이 멋진 외국의 어느 야외나 화려한 도심을 질주하는 모습 밖에 없다던지 하는 경우 말이다. 한창 광고 공부를 하고, 광고 AE로 일하던 시절 시간 날 때마다 외국 광고를 찾아보곤 했었는데(깐느 광고제 수상작 같은)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부러웠다. 광고주와 관계도 우리는 그저 절절매는 반면 외국은 진정한 파트너로 관계를 맺으며 일할거라는 환상도 있었다. 근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광고인들이 결코 센스없지는 않다. 다만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뿐이다. 아무리 시장 조사를 하고 전략을 세운 후 창의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