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

천박한 시대를 살아가다.

아르뜨 2016. 10. 13. 10:18


길 가다가 내 뜻과 맞는 운동을 하고 있으면 꼭 서명을 한다. 그게 얼마나 효력이 있을까 의문이 들면서도 이런 일에 실용성과 효과를 따져선 안된다고 믿기에 그렇다.

모든 사안에 경제적 효과, 실용의 잣대를 가져다대는건 천박한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경제적 효과, 실용 마인드가 부족하다해도 인간, 사회 그리고 자연에는 그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돈에 매몰된 천박한 기준으로 절대 훼손해선 안될 무언가가 분명 있다고 믿는다(지금은 '무언가'로 밖에 표현할 수 없지만, 이 '무언가'를 명쾌한 개념으로 설명하기 위해 공부하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에게 '선진국'의 기준은 이걸 지켜내는 국가이냐, 아닌 국가이냐에 있다.

우리나라가 상식적이지 않은 한 명에게 휘둘릴 수 있는 수준 밖에 안되는 국가라는 것에 새삼 놀랍고, 실망스러운 요즘이다. 그리고 알아서 엎드려 기는 대학교와 근세 이래 부르주아 엘리트로 묶여왔지만 자존감은 전혀 없어 뵈는 소위 '사'자 직업 종사자들 역시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랍기만 하다.

부르주아 엘리트라는 단어는 단순히 많이 배우고, 돈 많이 벌어서 붙여준 단어가 아니다. 본래의 그들은 왕공귀족 중심 사회의 부조리함을 깨기 위해 앞장섰고, 천년 이상 지속된 종교의 부패 청산을 주도했다. 내가 공부하는 목적은 단순 지식인이 되기 위함이 아니라 지성인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고자 함이다. 이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 지식인은 그냥 지식노동자일 뿐이다. 여러 직업군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아래 명단이 공개되었을 때 내심 나도 저기에 껴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과정 중인 사람이라 언감생심이지만 내 이름을 걸고 사회에 나올 때가 되면 꼭 끼겠다는 욕심이 든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거창한게 아니다. 그저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선정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