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예술의전당에서 <대영박물관전>을 오픈했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대영제국 박물관'이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식민지배를 당한 경험이 있는 국가의 후예들이 자발적으로 제국주의를 공식 용어로 쓴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무엇보다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상관없다며 '대영박물관'을 전면에 내세운 기획사의 천박한 마인드에 화가 난다.
공식 명칭이 The Great Britain Museum 혹은 The British Empire Museum도 아닌데 왜 자발적으로 대영박물관으로 불러주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대영제국을 롤모델로 삼았던 일본제국주의가 심어놓은 식민지배의 잔재일 수도 있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게 자발적으로 '大', '帝國'을 붙여주는 것은 사대주의를 넘어 노예근성의 발로이다.
흔히 대영박물관이라고 부르는 곳의 공식 명칭은 The British Museum, 즉 영국박물관이다. 영국박물관이라고 정 부르기 어색하거든 그냥 브리티쉬 뮤지엄이라고 부르는게 낫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루브르박물관, 내셔널갤러리라고 하듯이.
우리나라에 소위 오르세미술관전(미술관 전체를 뜯어오는 것도 아니면서 도대체 무슨무슨 미술관전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큐레이팅이 안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류의 대형 전시가 처음 시작된 2000년대에도 대영박물관전이 열렸었는데 그 때는 처음이니까라며 넘길 수 있었다. 아직 우리나라에 전시 풍토가 자리잡기 전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네이밍이 무조건 흥행되지 않는 시기가 된 2015년에도 이런 명칭을 보게될 줄 몰랐다.
그리고 어차피 대표작 한, 두점(광고, 언론홍보, 디자인 시안용)에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크지 않은 작품들로만 채워놓고 12,000~15,000원의 티켓값을 받는 전시는 이제 지양해야한다. 그보다 볼 가치가 높은 전시들이 무수히 많은 요즘이다. 예술의전당만이 문화생활이 가능한 공간도 아니다. 그보다 작지만 더 알찬 문화공간은 많다. 이런 전시는 이제 가지 않는게 좋다. 대영, 루브르, 오르세 등의 명칭만 붙여주면 사람들은 좋다고 보러 올테니 무조건 흥행 성공이다라며 안주하는 사설 기획사, 기획자의 구태의연함도 이제 바뀌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