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

미술비평가라면 잊지 말아야 할 자세

아르뜨 2014. 8. 29. 00:42


개인이 글을 쓸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지면서 이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비평가들이 넘쳐나는 시대가 된 듯 합니다. 이론이 탄탄하지 못하다면 겸손한 자세로 다른 사람의 작품을 이해하려는 태도라도 갖추는게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페이스북 좋아요 숫자와 같은 허상에 도취되어 자신의 생각이 항상 옳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은 아닐지요.


저 역시 그런 이들을 보면서 조심하려는 마음을 다시 챙기게 됩니다. 더불어 요즘 저는 글을 쓰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제 글에 대한 책임감은 무겁게 느껴지고, 내실을 빨리 더 쌓아야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빈도수가 이 전 보다 뜸해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책을 읽는 시간을 대폭 늘리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좋은 문장을 필사하는 수 밖엔 없으니까요. 특히 철학과 미술비평에 관한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고 있는데, 여러 분과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내용이 있어 아트앤팁닷컴에 소개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내용이 있으면 종종 소개할께요.


- 비평적인 판단은 단순한 의견보다 훨씬 더 많다. 판단은 작품의 가치에 대해 알려진 비평적 주장이다. 근거없이 판단해서는 절대 안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정의할 수 있는 기준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근거 없는 판단은 비교육적이고 반응도 있을 수 없다.


- 미술은 다각도에서 판단되어 왔다. 얼마나 좋은 전시회인가. 어느 것이 그 전시회에서 가장 좋은 작품인가. 어느 전시회의 어떤 큐레이터의 생각이 가장 좋았는가. 지난 십년 혹은 한 세기동안 어떤 미술이 좋았는가. 이 작품의 사회적, 도덕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어떤 미술이 삭제되어야 하는가.


- 보통 비평가들은 미술 작품을 비판하지 미술가를 비판하지 않는다. 한 작가를 싫어하는 것과 그 작가의 작품에 가치를 매기는 것, 한 비평가를 싫어하지만 그의 비평적인 입장에는 동의하는 것은 이성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비평가는 늘 같은 마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판단은 보통 일시적인 것이고 바뀔 가능성이 있다. 비평가는 자신들의 비평이 미술 작품에 대한 첫 번째 서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대부분 그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독단적이거나 교조적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 미술 작품을 비판할 때는 작가에게 어떤 충고를 하기 보다는 독자를 상대로 당신에게 왜 그 작품이 좋게 혹은 나쁘게 생각되었는지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 좋다. 다른 이보다 유리한 역할과 입장을 오만하게 행사하는 태도는 당신과 작가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만들 수 있다. 적대는 좋은 비평 자세라 할 수 없다. 비평은 토론의 끝이라기 보다는 시작을 뜻한다. 어떤 맥을 끊는 배척 보다는 포용하는 태도가 좋다. 비평가의 판단은 대개 긍정적이다. 그것은 미술 작품이 의미가 있고 즐거움이 있음을 독자들에게 안내하는 활동이다. 미술 작품이 갖고 있는 사소한 잘못을 집어내지 말고 큰 문제를 놓고 논증하라.


테리 바렛, 『미술비평 - 그림 읽는 즐거움』, 아트북스,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