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의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전시 출품 논란

아르뜨 2013. 5. 13. 15:31


우리나라 최고의 불상을 꼽으라면 많은 분들이 석굴암 본존불상과 함께 국보 78, 83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을 들 것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만큼 뛰어난 조형미를 갖추고 있는 이 불상들은 우리나라의 대표 문화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특히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은 외국에 우리나라를 소개할 때 대표 이미지로도 많이 사용되었고, 이 때문인지 지난 수 십 년 동안 여러차례에 걸쳐서 해외 전시에 출품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10월부터 열리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전시작품으로 반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한국미술의 홍보를 위해 반출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많이 일고 있는 요즘입니다. 저는 이 논란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외국 작가의 블록버스터급 전시에 과연 대표작들이 왔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의 경우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을 보고 싶으면 '오스트리아에 와서 봐라'라는 대원칙 하에 절대 외국 전시에 반출시키지 않고 있고, 지난 10년 동안 열렸던 <루브르박물관전>, <모네전>, <반 고흐전> 등의 전시에서도 대표작은 오지 않았죠. 대표작의 기준은 모호하지만 최소한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은 오지 않았습니다.

외국이 우리나라에 유명 작품들을 대여해주지 않았으니 우리도 안된다 식의 논리를 세워서는 안되겠지만 그만큼 자국의 유명 작품들을 보호하려는 원칙은 배워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예정된 전시는 어떻게 하냐구요?


얼마 전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던 <바티칸박물관전>의 사례를 참고해도 좋을 듯 하네요. <피에타>, <라오콘 군상>, <벨베데레의 토르소>, <벨베데레의 아폴론> 등 서양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이 전시되었었는데 이 작품들 모두 복제품이었습니다. 미술사 관련 전시를 할 때는 복제품이라고 해서 단순히 가짜를 내세웠다고 비판 받을 일은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우리가 아는 그리스 조각상들은 99%가 로마시대 때 복제한 것들이므로 진품이란 없다고 할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복제품만으로도 충분히 당시의 미적 가치에 대해 논하고,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우리나라의 모든 문화재는 해외로 나갈 때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하므로 이번 사안에 대해 문화재청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시해야겠지만, 복제품 전시와 같이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 간 원활한 협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전시에 출품된다면 그 전에 오랜만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한 번 더 감상해야겠군요. 아직 안보신 분들은 조만간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타 종교인마저 경외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불상이고, 이를 살려주는 전시 효과도 지금까지 본 전시 중에 최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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