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

미술사 스터디를 진행하며

아르뜨 2012. 9. 21. 08:00

미술사 스터디를 진행하며

요즘 큐레이터 특강에 이어서 미술사 스터디까지 진행하느라 이래저래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본래 하고 있는 일과 공부에 따로 시간을 할애해서 하려다보니 보통 바쁜게 아니더군요.

새삼 스케쥴이 빽빽한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는 영업 파트 회사원들은 정말 위대한 거였구나라고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한편으로는 몸이 바쁘지 않으면 생각이 많아지는 편이라서 차라리 이렇게 바쁜게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 공부를 못하고 있다는 점이죠. 최소 하루에 4~5시간은 도서관에 앉아있어야 글 몇 줄을 쓸 수 있을텐데 그러질 못하고 있어서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공부 스타일을 조금 기민하고 유연하게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특강과 스터디를 통해 후배, 동생들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요즘이 재밌다보니 이걸 없애서 시간을 확보하기보단 차라리 조금 더 부지런해지자라는 쪽으로 마음이 기우네요 :) 어차피 경력이 쌓이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학생 때처럼 공부에만 올인할 수는 없을테니 예행 연습하는 거다라는 생각도 들고요.

다만 항상 긴장되는 점은 길게 보면 대학 입학 때부터, 짧게 보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학부 4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공부해오며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방식대로 미술사를 이해한 지식을 과연 잘 전달할 수 있을까의 여부였습니다.

더군다나 첫 스터디이기에 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하더라도 분명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는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이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회비도 최소한으로 책정했었죠. 도움도 주지만 저도 도움을 받는 '첫 번째 달'이기 때문이죠. 다행히 미술사라는 학문에 열의가 가득차있는 스터디 멤버들 덕분에 스터디 방식과 강의 스타일을 다듬을 수 있었네요. ^^

그리고 강의를 직접 해보니 어릴 때부터 선생님께 늘상 듣던 "여기 서있으면 졸고 있는거 다 보인다", "이해하고 있는 표정인지 아닌지 보면 안다" 등등의 말씀들을 체험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ㅎㅎ


사실 큐레이터 특강은 특별한 지식 보다는 제가 지금까지 겪어보고, 이 분야에 몸 담고 있으며 보고 들은 바를 공유하는 차원이기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았었죠. 하지만 미술사 스터디의 경우는 얘기가 조금 달라지기에 전문 용어만이 난무하는(어찌 보면 가장 무책임한 강의방식) 스타일이 아닌 가장 보편적으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할 예정이고요.

저 역시 처음 미술사 책으로 공부를 할 때 암기 위주로만 하다가 결국 넉다운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엔 미술사 역시 인간에 의해 이루어진 역사이기 때문에 그 흐름을 캐치한다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이러한 이해 없이 무조건적인 암기만으로는 제대로 된 미술사 공부를 하지 못할 뿐더러 흥미만 잃게 될 것이고 결국 목표로 한 준학예사 시험을 대비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술, 전시회, 미술사, 큐레이터를 정말 열망하는 사람들이 겪을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주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되었습니다. 선물 받을 때보다 주면서 행복을 느끼는 타입이라 그런게 아닐까라는 '5초의 고민거리'도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ㅎㅎ

물론 저도 다시 한 번 개설적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필요성도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제 전공 주제와 전혀 다른 시대, 장르를 공부하는데도 큰 틀에서 보면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시야가 넓어진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스터디가 중반을 지났음에도 스터디 참가 문의를 주시는 분들께 이 글을 빌어 말씀을 드리자면 큰 재난(?)이 없는한, 최소한 올해까지는 꼭 할 생각입니다. 마음 같아선 스터디 끝나는 날에 쫑파티 하는 것도 넣어볼까 하는데 이건 스터디 멤버들한테 한 번 물어봐야겠네요. 아마 10월 스터디 공지할 때는 '의무적으로 쫑파티도 참가하셔야 합니다'라고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


p.s. 아. 그리고 이 스터디는 준학예사 미술사 시험 대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술사 기초 스터디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준학예사 시험을 안보고 취미삼아 미술사 공부하려는 분들께도 도움이 됩니다. 스터디를 진행해보고 나니 확신이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