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

옥션, 비엔날레에서 일하고 싶다면?

아르뜨 2012. 8. 20. 07:07

옥션, 비엔날레에서 일하고 싶다면?

Q. 안녕하세요. 우연히 준학예사 시험에 대해 알아보다가 님의 블로그를 찾게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고급정보를 얻기가 쉽지않은데 조언을 구하거나 질문할곳도 거의 없는 실정인데..

아르뜨님의 블로그가 저에게 오아시스 같이 다가옵니다. ^^ 본론으로 들어가서 질문을 드려요. 저는 미술계에서 일을 하고싶은데 저는 박물관보다는 옥션이나 비엔날레 쪽에 근무하고싶습니다.

워낙 미술계쪽은 자세한 직무분야에 대해 이해할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여 질문하려고 메일을 보냅니다. ^^ 아트컨설턴트나 스페셜리스트라는 용어가 있긴하지만 너무 광범위한것 같아요. 사실 미술분야에서도 다양한 직업군이 있는데 님의 블로그를 보기 전까지 저는 학예사를 준비해야하나 생각했는데, 포스팅글을 읽고 저의 방향을 조금 잡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저는 미술쪽 전공은 하지않았구 디자인을 전공하였습니다. 옥션이나 비엔날레에 들어가기위해서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할까요? 미술사 쪽으로는 어떠한 지식정도를 습득해야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지금 거의 미술에 대해 아주 얕은 지식 밖에 없기때문에 전공한 친구들 보다는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고민은 미술계쪽은 계약직 채용을 상당히 많이하는것 같습니다. 정규직 채용을 찾기 어려워 사실 구직활동을 하면서 좌절할 때가 많습니다. 인맥에 좋은 학벌의 친구들이 거의 자리한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얼마전 아트쇼에서의 두근거림을 잊을수가 없네요.

그리고 보통 미술계쪽 급여는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너무 서두없이 뒤죽박죽 질문드렸네요.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 부탁드려요. ^^

Photo by br1dotcom

A. 안녕하세요 :) 제 블로그가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박물관이든, 옥션이든 미술이론 관련 전공을 하는게 맞으며 실제 취업에 있어서도 더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같은 전공이라도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따라 컨셉은 조금씩 달라지죠.

예를 들어 박물관 학예사가 되고 싶다면 당연히 고미술을 많이 알아야하니 미술사를 전공해야하죠. 현대미술을 주로 다루는 미술관 역시 서양 근현대 미술사를 공부해야하며, 갤러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즉 원하는 직장이 어디인지에 따라서 미술사학과로 가느냐, 미술이론 혹은 예술학과를 가느냐로 나누어 생각할 수가 있다는 말이죠. ^^

하지만 옥션에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미술사 전공자들은 옥션에 취직하기도 하지만 미술이론 전공자들도 못지 않게 취직을 하고 있거든요. 옥션에서 주로 다루는 작품들이 고미술, 현대미술을 넘나들다보니 그런듯 합니다.

그리고 꼭 아셔야할 점은 박물관이든, 갤러리이든, 옥션이든 모두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체로 석사 이상의 학위를 받는게 좋다는 것이에요. 물론 요즘 갤러리는 학부 졸업자들도 인턴, 알바부터 경력을 쌓으며 일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요.

더불어 옥션에서는 작품에 대한 안목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대학원에서 체계적으로 작품 보는 훈련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OO씨께서는 학부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더더욱 대학원을 가는게 좋을거라 생각되네요. 준학예사 시험 합격 정도로는 취직하기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준학예사 시험은 학예사가 되고 싶은 학부 졸업자들이 보는게 좋죠. 그리고 요즘은 옥션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많은 수가 유학파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영어와 제2외국어 하나씩은 하더군요. 외국에서 미술사, 예술경영, 미술이론 전공을 하고 온 사람들이라는 얘기이죠.


그래서 만약 여건이 허락된다면 저는 OO씨가 미술사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아니면 크리스티, 소더비의 미술학교로 유학을 가서 석사 학위를 받아오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미술계쪽, 이 길은 저도 걷고 있지만 정말 가늘고 길게 살아야하는 길인 것 같습니다.

여타의 실용적인 학문과는 달리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무척 어렵고 시간도 오래걸리는 것 같아요. 학예사이든 스페셜리스트이든간에요.(크리스티, 소더비의 공부에 대해서 실감나게 알고 싶다면 『런던 미술 수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비엔날레 같은 경우는 저와는 조금 무관한 분야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비엔날레는 기존의 인력과 더불어 행사를 기획할 때쯤 프로젝트 직원을 뽑아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비엔날레라는 행사를 기획해서 끝날 때까지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게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긴 하지만 1년 내내 비엔날레만 열지는 않으니까요.

그 외의 시간에는 분명 행정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을거에요. 이건 학예사도 마찬가지이죠. 전시를 준비하는 기간 말고는 행정업무가 참 많아요. 그래서 전시기획이라는 업무만 바라보고 이 길을 택하면 후회하는 경우도 많죠. 그러므로 비엔날레는 미술 관련 직업에 종사하시다가 기회가 닿으면 지원하는 것이 좋지만 이것만 바라보고 도전하기에는 포기해야할 시간과 노력이 많이 아깝습니다.

Photo by nicolasnova

조금 쉬운 길을 제시해드리지 못해 저 역시 안타깝지만 이 분야 자체가 워낙 이렇다보니 정석적인 방법을 알려드릴 수 밖에 없겠네요. 결론은 미술사적 지식을 반드시 쌓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길은 여러가지가 있죠. 위에서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대학원에 진학하는 방법, 유학을 가는 방법이 있으며, 그럴 여건이 안된다면 우선 준학예사 시험에 합격해서 갤러리에서 경력을 시작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업무가 손에 익을 때쯤 예술경영 전공의 특수대학원을 다녀도 좋구요. 준학예사 자격은 미술사적 지식, 전시기획, 예술학, 박물관학 등의 공부를 안한건 아니다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접근하는게 좋습니다. 최소한의 자격이라고나 할까요? 이 자격을 받아놓으면 향후 갤러리든, 대학원이든 지원하기가 조금 수월한 면은 있으니까요. 대학원 가기 전에 기초 지식을 쌓아놓는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구요. ^^

마지막으로 급여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중소기업만도 못하다고 각오(?)하시면 됩니다. 학예직 공무원이 되면 말 그대로 공무원 연봉을 생각하면 되고,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사립박물관은 그 대기업의 연봉을 생각하면 되죠. 이 정도면 좋긴 한데, 그외의 작은 박물관, 갤러리는 최저 시급보다 못한 경우가 아주 많아요.

그나마 다행인건 이쪽 공부를 하면 백수되는 경우는 없다는 점 하나이죠. 신기하게도 미술사를 비롯한 미술 관련 전공을 한 사람들 중에 대박이라고 할 정도로 잘 풀린 케이스는 흔치 않은 반면 포기하고 진로를 바꾸는 경우는 별로 없더군요.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걸 감안하셔서 향후 진로를 잘 계획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실기 쪽은 잘 모르겠지만 미술이론, 미술사쪽은 출신학교 간판이 그리 크게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전공이 설치되어 있는 학교가 워낙 적어서 그런거 같아요. 미술사만 해도 서울에 있는 대학이 10개도 안되니까요. 단점 중 장점이라고나 할까요?

분명 길은 있고, 낙담할만한 상황은 아니니 희망을 가지고 꼭 원하시는 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준비하시다가 궁금한 것은 더 물어보셔도 됩니다. 화이팅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