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아르뜨의 미술사 스터디(since 2012)

미술사 스터디 하는 날

아르뜨 2018. 10. 23. 12:16


미술사 스터디를 하는 날은 언제나 마음이 분주하다. 일찍 도착해서 자료도 프린트해야하는 등 소소하게 준비할게 많기 때문이다. 스터디는 2시간동안 진행하는데 2시간 내내 강의를 하려면 시작하기 전에 식사를 하는게 좋다. 다만 찌개류와 같은 거한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 때문에 불편하고 어지간하면 차가운 면(냉면, 메밀 등)을 먹는다. 그래야 허기지지 않고 동시에 속이 거북하지 않아 강의하기 좋은 몸 상태가 된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언제나 40분 전쯤에 종로 토즈에 도착한다.


도착해서 세미나실에 짐을 풀고, 오늘 진행할 진도에 맞춰 자료를 프린트한다. 나의 모든 자료는 개인 클라우드인 NAS에 있지만 외부에서 접속하는게 은근히 번거로워서 스터디 자료처럼 외부에서 자주 사용하는 것들은 드롭박스에 따로 보관해둔다. 드롭박스가 외부에서 접속해서 자료를 꺼내쓰기에 아주 편하다. 자료를 프린트하는 동안 나는 화장실에 가서 양치질을 한다. 그리고 바에 가서 커피를 따라오면 프린트가 얼추 끝나있다. 사람 수에 맞춰서 프린트한 자료들을 스테플러로 찍고 다시 세미나실로 들어간다.


이렇게 하면 스터디 시작하기 10~15분 전쯤 된다. 그렇게 있으면 슬슬 스터디 멤버들이 도착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늦어도 정각보다 3분 정도 지나면 강의를 시작한다. 진도 나가기에도 빠듯하기 때문에, 그리고 일찍 시간맞춰 오신 분들을 존중해서라도 그냥 시작해야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부분 일찍 오셔서 감사할 뿐이다. 한편으론 휴일 혹은 퇴근 후라 피곤할텐데 의욕적으로 본인의 공부와 취미를 위해 이렇게 부지런한 모습들이 감탄스럽다. 내가 수강생이었더라도 이렇게 결석없이 성실하게 했을까 싶기도 하다.


내가 그다지 잡담을 하지 않고 강의에 집중해서 그런지 스터디 멤버들도 분위기 흐리는 사람없이 공부에만 열중하는 편이다. 이왕 이렇게 모인거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들 조용조용하고 공부에 집중하는 분들만 모이는 듯해서 큰 아쉬움은 없다. 그래도 예전처럼 날을 정해서 전시도 보러 가고 끝나면 뒷풀이도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12월 23일까지 <조선, 병풍의 나라> 특별전을 하는데 이게 적당할 듯하다. 꼭 봐야하는 전시이기도 하고 조선시대 회화에 대해 공부하기에도 좋은 전시이다.



나는 모니터 바로 앞 좌석, 여기가 고정석이다. 모니터에 아이패드를 연결해야하기에도 좋고 모니터 앞에 서서 설명하고 다시 앉기에도 편하다. 지난 일요일에는 처음으로 한국 근대회화 특강을 했는데 근대라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서인지 다들 재밌어하는 것 같다. 앞으로 한국 근대회화, 중국회화사, 일본회화사, 서양 현대미술도 커리큘럼에 포함할 예정인데 이번에 해보니 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든다.



잠시 쉬는 시간에 새로 산 카메라로 한 컷. 이 날 8주동안 해온 한국미술사 심화스터디가 모두 끝났다. 총 9명이었는데 출석률, 수업 참여도 등 모두 나이스했다. 기초스터디 때도 같이 한 분들이 절반 정도 됐는데 나도, 그들도 서로에게 익숙해서 마음이 편한 시간이었다. 다음 서양미술사 심화스터디 때도 다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