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

[미술시장] 그림 값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아르뜨 2011. 11. 12. 20:38

[미술시장] 그림 값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갤러리에 가보면 전시실에 걸려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소속 작가들의 작품으로 팔기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미술관과 갤러리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전시를 위한 전시인지, 판매를 위한 전시인지로 구분하기도 하죠. 그 때문인지 미술관들은 기획 전시를 할 때 티켓을 판매를 하는 반면, 갤러리는 무료로 전시를 볼 수가 있습니다. 즉, 미술관은 티켓, 도록 등의 판매 수익이 중요하고, 갤러리는 작품 판매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저도 그렇지만) 갤러리 안에 들어가는 것을 조금 꺼려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마치 옷가게에 들어가서 아무 것도 안사고 나올 때의 뻘쭘함(?)이 갤러리에서도 느끼기 때문입니다. 물론 갤러리에서는 전시 관람만 하고 간다고 해서 수군거리거나, 꺼리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보통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은 자신이 소속된 갤러리 혹은 직접 갤러리를 섭외해서 개인전을 통해 판매하거나 아트페어같은 공식적인 미술품 거래현장에서 팔기도 합니다. 이름이 덜 알려진 작가들은 지인들에게 아니면 아트페어에 한 부스를 차려놓고 전시를 하면서 파는 경우가 많죠.


이름이 덜 알려진 작가들이나 신인들 중에서 상품성을 가진 작가들은 갤러리에서 후원을 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게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하다가 소위 '뜨는' 작가가 되면 서로 윈윈하게 되는거죠.

그렇다면 갤러리에서 판매하는, 아니 현재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이 거래될 때, 그 가격이 어떻게 결정될까요?

우선 작품 거래의 기준을 아는 것이 좋겠습니다. 책은 권당, 옷은 벌당 이라는 단위가 있듯이 미술 작품도 고유의 단위가 있습니다. '호'라는 단위인데, 번호를 매길 때 쓰는 '호'입니다. 미술에서는 작품 크기를 잴 때 쓰는 용어로 사용되는데, "그 작품 크기가 어떻게 돼?" "응, 10호짜리야." 이렇게 얘기를 하는거죠.

이렇게 크기를 잴 때 쓰는 단위인 호가 작품 가격의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서 1호당 10만원을 받는 작가가 10호 크기의 작품을 판다면 그 작품의 가격은 100만원이 되는 것이죠. 근데 여기서 재밌는 점은 2호가 1호의 두배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1호보다 약간 큰 크기이죠.


작품의 가격은 사실 합리적인 계산에 의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창작물이라서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시장성의 잣대에서 가격을 정하기는 하는데, 보통 다음의 경우를 고려해서 결정합니다.

1. 작가의 유명도(브랜드 가치)
이중섭, 김기창, 모네, 피카소 등과 같이 누구나 알법한 작가라면 부르는게 값입니다. 

2. 작품성
미술비평가로부터, 아님 언론을 통해 호평을 받으면 가격이 급등하게 됩니다. 이 것 역시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이죠.

3. 트렌드 또는 희소성
요즘 미술시장의 트렌드에 맞는 작품인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됩니다. 아니면 아예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라면 그것 또한 가격이 올라가게 되죠.

4. 작가의 생존 유무
신기하게도 미술에서도 작가가 사망했다면 가격이 올라갑니다. 인간의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이 작용해서일까요? ㅎㅎ 이 것도 위의 희소성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작품의 가격은 유동적이고, 언제 어떤 이유로 가격이 올라갈지 모르기 때문에 갤러리에서는 신진 작가들, 미대 졸업생들을 많이 찾아보고 최대한 작품성을 따져보며 계약을 맺는 등 투자를 열심히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명 작가들, 미대 졸업생들도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는데 게을리하지 않고 있죠.


하지만 미술작품의 가격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합리성이 존재하기 어려운 이유는 예술 작품을 상품으로 환산해야한다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술과 대중이 가까워질 수 있고, 자본주의 시대이기 때문에 이 것 자체를 부정하거나, 비난할 수는 없겠지요. 다만 어느 정도 작가와 대중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 도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재벌집 사모님들이 하도 미술 작품 가지고 장난을 치시는 사건이 점점 많아지니 말이에요. ^^;;




제 글이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갈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괜찮으시면 왼쪽에 다음뷰 혹은 한RSS 버튼으로 구독을 해주세요.
편하게 제 글들을 모아서 보실 수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