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

전시기획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아르뜨 2012. 11. 4. 09:00

전시기획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집에 오니 가족들이 MBC의 세바퀴를 보고 계시더군요. 보통 집에 오자마자 바로 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뒹굴거리다가 느지막이 씻게 되는데 오늘도 곧장 쇼파에 누워서 세바퀴를 봤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프로는 아닌데(전 예능에서 추격전을 가장 좋아합니다. ㅎㅎ) 별 생각없이 보고 있었죠. 그러다가 응?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세바퀴에 출연한 게스트들이 각자 자신에 대해 소개하던 중에 前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김범수씨가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할 때 말이죠. '무슨 일을 하고 있길래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사람이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걸까?'라는 생각과 함께요.


곧장 찾아보니 지난 여름에 블로그에도 소개한 적이 있었던 마크 리부展 같은 사진전을 주로 기획하는 코바나콘텐츠의 상무로 재직중이더군요. 아나운서 출신이 사진에 매료되어 사진전을 기획하는 전시기획자로 변신하다니 이력만으로도 충분히 멋져보였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학생들이 언론을 통해서 이러한 면만 접하고 섣불리 전시기획사 취직에만 매달리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예술을 매개로 한 대중과의 소통은 분명 멋진 일이고, 사회에 꼭 필요하며, 문화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사회 구조가 이런 일에 얼마나 뒷받침이 되어줄지는 사실 큰 의구심을 갖고 있거든요.  

저는 큐레이터 특강 때도 그렇고, 상담메일에서도 전시기획사에 가는 것을 꿈으로 삼기엔 아직 우리나라 여건이 너무 열악하다고 조언을 하는 편입니다. 수익원이 다채롭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 전시계에서 외국의 작품들을 들여와서 어쩌다 한번씩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기획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굉장히 불안정한 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분명 상황은 점차 나아질 것이고, 꼭 더 좋아져서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전시기획이라는 멋진 일을 메인 직업으로 삼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