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

미술관과 친해지는 방법 5가지

아르뜨 2011. 10. 27. 06:00


아직까지는 먼 당신, 미술관이여.


연인들이 데이트를 할 때 장소로 미술관을 택했다면, 보통 여자친구가 가고 싶어서 마지못해 따라가는 남자친구들이 많다. 미술관에 있다보면 여자친구는 작품 앞에 바짝 붙어서 꼼꼼히 보고 있고, 남자들은 가방을 든채 한발짝 물러서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 얼마나 지겨울까. 빨리 술이나 한잔 하러 가고플꺼 같은데...' 혹은 '우리나라 남자들 참 친절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왜 그런 모습이 보이는걸까? 내 생각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해서 미술관과 가까워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인듯 하다. 또 우리나라 미술 전시가 대중화된게 얼마 지나지 않은 점도 한 몫을 담당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서양미술, 한국미술 모두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자주 열리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조만간 미술관이 일상의 한 장소로 다가오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혼자서도 미술관에 가고, 미술관 까페에서 차를 한잔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모습들을 점점 많이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미술관과 친해지는 방법 5가지



나의 경우는 자료 수집차 어쩔 수 없이 미술관을 자주 다니게 된다. 예전에는 미술관에 갈 일이 생기면 연인이나 가족들과 같이 가곤 했는데, 이제는 효율적인 측면을 고려해서 혼자 배낭메고, 카메라들고 잽싸게 다녀오곤 한다. 같이 가게 되면 아무래도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정작 내 일에 집중을 못해서.. 즉, 점점 미술이 일로서 다가온다는 말인데 가끔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요즘이다.

여기서 궁금한 점.
미술관과 거리가 먼채 지내왔지만, 연인과의 데이트 때문에, 혹은 가족과의 나들이 때문에 미술관을 가야되는 사람들은 미술관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아마 대부분이 미술관 가는 날을 '조금 빡센 데이트하는 날'로 여기지 않을까 싶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이왕 가는 미술관 재밌게 다녀오기 위한 Tip을 몇가지 말씀드려볼까 한다. ^^


미술관과 친해지는 방법 5가지!!

1. 미술 자체에 흥미를 가지기
2. 좋아하는 작가 한명을 정해놓기
3. 미술사 개론서 말고, 작가를 주제로 한 대중 서적을 읽기
4. 집에 아트 상품 하나 구입해서 갖다놓기
5. 미술관에서 데이트 하기 



첫번째는 아마 최고의,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 미술 자체에 흥미를 가질 것!

하지만 이게 어디 말이 쉽지, 흥미를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어서 되는거라면 뭔들 못할까 싶을 것이다. 대신 다음의 4가지 방법대로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미술관에 혼자 가서 차분하게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ㅎㅎ

두번째, 좋아하는 작가 한명을 (의도적으로라도) 정해놓기!

나의 경우에 좋아하는 작가와 미술사조는 클로드 모네와 인상주의 미술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정말로, 진심으로 감동받아서 좋아지게 된 작가를 말해보라고 질문한다면, 딱히 없다. -.- 미술사를 공부하고는 있지만 미술 자체에 대한 감동은 아직 느껴보지 못한 것이다. 분석하고, 미술사 공부를 위해서 다른 인문학을 공부하는 점이 좋아서 공부할 뿐, 미술작품에 대한 감동은 나와도 거리가 먼 얘기이다.

대신 클로드 모네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의 작품이 아름다워서이기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모네에 관한 수업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말은 꼭 미술작품을 보며 억지로, 애써 감동을 느껴야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 계기가 수업내용이었듯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술을 주제로 한 영화가 될 수도 있고, 미술관을 좋아하는 영화 속 주인공이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면 억지로 연인을 따라서 미술관을 갔다가 우연히 본 작품이 자꾸 기억난다면 이 것 또한 하나의 계기로 삼으면 된다.

세번째, 미술사 개론서 말고, 작가를 주제로 한 대중 서적을 읽기

유명한 철학자 스피노자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깊게 파기 위해서 넓게 파기 시작했다." 즉, 어떤 분야이던지 간에 깊게 파고들고 싶으면 처음에는 다양하게 접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미술에 대한 취향 역시 마찬가지이다.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싶다고 해서 처음부터 미술사 개론서를 읽는다면 그나마 가지고 있던 흥미마저 떨어질 것이다. 아마 첫장인 선사시대 미술만 계속 읽다가 포기하게 될 것이다. 마치 중고등학교 수학에서 대부분 미분, 적분은 다 까먹었어도, 집합은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후에 펼쳐지는 미술이 얼마나 다이나믹한데, 라스코 동굴벽화만 기억하게 된다면 그것처럼 아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두번째에서 말한 한명의 작가를 정해서 그 작가에 대한 대중 서적부터 시작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렇게 해서 여러 작가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야 말로 '스피노자식 넓게 파기'가 아닐까..

네번째, 집에 아트 상품 하나 구입해서 갖다놓기

미술관, 박물관에 있는 뮤지엄샵에서 아트 상품 딱 하나만 구입해서 집에 가져다 놓아보자. 원래 미술은 자주 봐야 알게 되고, 알아야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자기 방에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걸어놓는다면 무의식 중에 그 작품을 자주 보게 되고, 반 고흐에 관한 책을 읽다가 작품이 나온다면 그 작품에 대한 지식이 더 흥미롭게 쌓이게 될 것이다.

마치 어린 아이가 한글을 처음 배울 때, 벽에 가나다라를 붙여놓고 자꾸 보게 하는 것처럼 미술도 아트 상품으로 그렇게 시작해보자. 또 집안 분위기도 화사해지고 일석이조의 효과가 날 것이다.


다섯번째, 미술관에서 데이트하기


즉, 미술관에서 추억을 만들어보자는 말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그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 예술의 전당에서 함께 마신 커피 등등이 추억으로 남겨지게 된다면 어느새 미술관이 너무 익숙한 장소가 되어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내가 익숙해야 남에게도 편안하게 이끌 수 있는 것처럼 미술관도 내가 먼저 친해져보는 건 어떨지...^^ 아니면, 스트레스 받고, 혼자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때 미술관에서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