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

미술 전시에 초대받았을 때 선물은 뭐가 좋을까?

아르뜨 2011. 12. 19. 13:57

미술 전시에 초대받았을 때 선물은 뭐가 좋을까?



전세계에서 수험생 중에 미대에 진학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합니다. 어떤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나온 말은 아니지만 그만큼 미대생의 수가 많다는 의미를 강조한 말인듯 합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 중에 자신의 주위에 미대 출신이 한명도 없다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될만큼 미대생이 굉장히 많은 요즘이죠.

그래서 앞으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 쯤은 미대 졸업전시회, 작가 개인전시회 등에 초대되어 가는 빈도 또한 잦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소소한 파티, 전시 관람 문화가 보편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죠.

그래서 어쩌다 한번 전시회에 초대되어 갈 때는 어떤 옷차림이 좋은지, 선물은 뭘 사갖고 가는게 좋은지 딱히 떠오르는 답이 없어서 망설일 때가 있습니다. 결혼식에 갈 때는 축의금, 돌잔치에 갈 때는 금반지와 같이 장소와 딱 맞아떨어지는 선물이 있다면 좋을텐데 말이죠.

꽃다발을 사들고 가도 괜찮은건지, 케이크와 같은 먹을 것을 사갖고 가도 들어가도 좋은지 난감할 따름입니다. 그만큼 미술관, 갤러리라는 장소가 일상적, 보편적이지 않다는거죠. 이제는 점점 미술 전시를 찾는 관람객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고민은 점차 사라져갈테지만 아직까지는 미술관이 어색한 장소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미술 전시에 어울리는 선물은 뭘까?


선물의 의미상 미술 전시에 초대되었다고 해서 꼭 무엇을 해야한다는 식으로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축하하는 마음이 전달된다면 어떤 것이든 좋을테니까요. 하지만 장소에 걸맞는 선물이라면 받는 입장에서도 기쁨 두배일테니 염두에 두고 선물을 한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1. 가장 좋은 선물은 작품 구입!


작가들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는 것은 수개월 이상 공들인 작품들을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자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작품을 지인이 구입해준다면 그보다 더욱 좋은 선물은 없죠. 자신의 작품성을 인정받는 동시에 작품 활동에 필요한 경제력을 얻는 의미니까요.

꼭 비싼 작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작품을 구입해줬다는 것만으로도 인정을 받았다는 뿌듯함과 함께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지인이 될 것입니다.(하지만 가격이 부담되긴 하죠..ㅋ)

2. 미술관 초대도 결혼식처럼!

요즘은 개인전이나 단체전을 여는 경우에는 티켓을 받고 방명록을 받는 카운터(?)가 갤러리 입구 쪽에 있습니다. 결혼식에 가면 축의금 받는 곳처럼 말이죠. 그래서 전시회에 초대되어 오는 사람들은 그곳을 통해 축의금 형태로 현금을 주는 것도 늘상 있는 일입니다.

결혼식도 자신과의 친분에 따라서 5만원, 10만원, 20만원 이렇게 축의금을 내는데 전시회에서도 거의 이것과 비슷하게 축의금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제 지인도 현재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자신의 지도교수님 전시회에 갔을 때는 20만원 했다고 합니다. 얼마하면 좋을지 대충 감이 오시지 않나요? ㅎㅎ

그렇다면 전시회에 가서 왜 축의금을 할까요? 작가들은 대부분 전업 작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로 직장을 다니면서 취미로 미술 활동을 하는게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인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개인전을 하게 되면 갤러리 대관료, 전시회가 끝난 뒤의 뒷풀이 등 소소하게 돈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동안 작품활동 하면서 고생했다, 그럴 때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의미에서 돈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건방지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은 아닙니다. 물론 자신보다 높은 분의 전시회라면 상황을 고려해가며 하는 것이 좋겠죠? ^^

3. 전시회 첫날에 갈거면 근사한 케이크를!


보통 전시회 첫날에 뒷풀이를 하게 되는데 그때 뒷풀이 장소에서 케이크 커팅을 합니다. 그래서 케이크가 필요한데, 자신이 전시회 첫날에 갈 것 같으면, 작가에게 미리 얘기해서 '내가 케이크 사갈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작가 입장에서도 따로 케이크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선물하는 입장에서도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4. 화환보다는 화분을!


화환... 좋죠. 그 장소를 빛내주고, 우선 크기에서 압도하기 때문에 좋은 선물입니다. 하지만 갤러리라는 장소의 특수성 때문에 화환을 놓을 공간이 마땅치 않은 곳도 있고, 나중에 뒷처리가 곤란한 곳도 있습니다.

결혼시장 같은 곳은 워낙 화환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만, 갤러리나 미술관은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전시회 끝나고 버릴 화환보다는 의미를 담은 이쁜 꽃이 있는 화분이 더 좋을듯 합니다. ^^

지금까지 4가지 경우의 선물을 예로 들었는데요. 이 외에도 좋은 선물이 있을테니 자신과 초대한 작가의 관계를 잘 고려해서 기분 좋은 선물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생 끝에 완성된 작품을 진심으로 축하해줄줄 아는 마음이라는 점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저는 초대되어서 간 전시회에서는 약간 더 과도하게 재밌어하며 즐기곤하는데, 그런 제 모습을 본 작가 친구들은 더 기분좋아라 하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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